한국 민주주의의 분기점, 영화 <1987>의 진실과 울림. 영화 정보, 줄거리, 총평
한국 민주주의의 분기점, 영화 <1987>의 진실과 울림
2017년 12월 27일에 개봉한 영화 <1987>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많은 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중심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이를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기억의 책임'을 묻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영화 <1987> 정보
영화 <1987>은 2017년에 개봉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의 역사 드라마입니다. 장준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1987년 1월, 경찰 조사 도중 서울대생 박종철이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자 ‘억’ 하고 죽었다”는 어이없는 발표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으나, 진실을 밝히고자 한 언론인, 검사, 교도관, 학생들,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가 결국 민주화의 불씨를 되살려낸다.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 시도부터, 그것이 어떻게 전국적인 분노와 시위로 확산되어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는지를 다양한 시점으로 그려낸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신념을 지키고 용기를 내었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당시 시대를 살아갔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의 큰 물결을 만들어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 감독 : 장준환
- 각본 : 김경찬
- 주연 : 김윤석 (박처장 역), 하정우 (최환 검사 역), 유해진 (한병용 역), 김태리 (연희 역), 박희순 (조 반장 역), 이희준 (윤 기자 역) 외
- 장르 : 역사, 드라마, 정치, 시대극
- 배경 : 1987년 대한민국
- 제작사 : 우정필름, 영화사 연두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 2017년 12월 27일
- 상영 시간 : 129분
- 상영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수상 내역 : 제18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 올해의 감독상, 올해의 각본상 / 제38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2. 영화 <1987> 줄거리
영화는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경찰 조사 중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공안 당국(대공수사처 박처장, 김윤석 분)은 박종철의 죽음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고 시신 화장을 서두르려 합니다. 진실을 덮으려는 권력의 압박은 거세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서울지검 최환 검사(하정우 분)는 경찰의 석연치 않은 사인 발표를 의심하고, 부검 없이는 시신을 내줄 수 없다고 맞서 싸웁니다. 검찰 내부의 방해와 압력 속에서도 그는 끈질기게 부검 명령을 관철시키고, '기도폐쇄로 인한 사망'이라는 부검의(안내상 분)의 소견을 받아냅니다. 부검의 역시 경찰의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따라 진실을 밝히려 합니다.
진실의 조각은 계속해서 드러납니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중앙일보 윤상삼 기자(이희준 분)는 우연히 박종철 사망 당시의 결정적인 증언, 즉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입수하고, 이를 신문에 폭로합니다. 이 기사는 전국에 큰 충격을 안겨주며 사건을 은폐하려던 공안 당국을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를 조작하고 관련자들을 은폐하려 더욱 치밀하게 움직입니다.
이야기는 진실을 알리려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로 이어집니다. 박종철 사건을 수사하던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분)은 수감된 경찰 관계자로부터 사건의 진실, 즉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담은 비밀 서신을 전달받습니다. 그는 이 서신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조카인 대학생 연희(김태리 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위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망설이던 연희는 점점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용기를 내어 삼촌을 돕기로 결심합니다. 이 서신은 결국 재야 운동가들에게 전달되고, 숨겨진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영화는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갔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냅니다. 진실을 막으려는 공안 당국과 박처장(김윤석 분)의 폭압적인 모습, 그리고 그에 맞서 싸운 검사, 기자, 교도관, 대학생 등 평범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교차되며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박종철 사건의 진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커져갔고, 결국 1987년 6월, 전국적으로 민주화와 독재 타도를 외치는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 영화는 박종철 사건에서 시작된 작은 용기들이 어떻게 모여 6월 민주항쟁이라는 역사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3. 영화 <1987> 총평
영화 <1987>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아프면서도 빛나는 시기인 1987년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낸 걸작입니다. 장준환 감독은 여러 인물의 시점을 교차시키고 시간 순서를 오가는 복잡한 서사 구조를 능숙하게 활용하여, 관객들이 마치 그 시대를 함께 겪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이를 밝히려는 세력 간의 숨 막히는 대결 구도는 영화 전반에 걸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스릴러적인 재미를 더합니다. 동시에, 각 인물들이 겪는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연대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드라마적인 깊이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입니다. 김윤석 배우는 악랄하고 비열한 박처장 역을 맡아 독재 권력의 폭압성을 실감 나게 표현했고, 하정우 배우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최환 검사의 인간적인 고뇌를 깊이 있게 연기했습니다. 유해진 배우는 평범한 소시민이 진실을 위해 용기를 내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내 영화의 또 다른 축을 담당했습니다. 김태리 배우는 처음에는 현실에 무관심했지만 점차 각성하고 변화하는 대학생 연희 역을 통해 관객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이 외에도 박희순, 이희준, 그리고 특별 출연한 배우들까지 모든 출연진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시작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이 모여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희망적인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용기를 내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당시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한 미술과 음악, 촬영 또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다만, 여러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다 보니 초반에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평도 있으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만 드라마적인 각색이 가미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7>'은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속에서 피어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희생을 되새기게 하는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분들, 그리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와 배우들의 명연기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그때 그 사람들'의 용기를 잃지 않고 기억해야 할 이유를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