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이상근 감독의 영화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에서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이 작품은, 기존 재난 영화의 틀을 깨고 청년 백수라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깊은 공감을 선사했습니다. 짠내 나는 청년 용남과 당찬 후배 의주의 고군분투는 단순한 재난 탈출기를 넘어, 위기 속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용기와 연대,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냈습니다. 특히, 친숙한 도심을 배경으로 한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며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정보
<엑시트>는 이상근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장편 데뷔작입니다. 이 감독은 2012년경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고, 2013년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 지원작으로 선정되며 제작사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제작사인 외유내강이 제작을 맡으면서 제작비 100억 원대의 상업영화로 판이 커졌습니다.
- 감독 / 각본 : 이상근
- 출연 : 조정석 (이용남 역), 임윤아 (정의주 역) 등
- 장르 : 재난, 액션, 코미디
- 제작사 : 외유내강
- 배급사 : CJ ENM
- 상영시간 : 103분
-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주인공 이용남은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한 청년 백수로, 가족들의 잔소리를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특기는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에서 갈고닦은 암벽등반 실력뿐입니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 용남은 연회장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대학 산악 동아리 후배 정의주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피할 새도 없이 어색한 재회를 나누던 중, 갑작스럽게 도심 전체에 원인 모를 유독가스가 퍼지는 재난 상황이 발생합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연회장은 유독가스로부터 안전한 고층으로 대피해야 하는 긴급 상황에 놓입니다. 용남은 과거 산악 동아리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가족들과 연회장 손님들을 건물 옥상으로 대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옥상에 도착한 후에도 구조 헬기는 정해진 인원만 태우고 떠나버리고, 용남과 의주는 미처 탑승하지 못하고 건물에 남게 됩니다. 이제 용남과 의주는 유독가스로 가득 찬 도심 빌딩 숲을 가로지르며 탈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산악 기술과 기지를 발휘하여 건물과 건물을 로프와 등반 장비로 연결하고, 드론을 이용해 구조 신호를 보내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이들의 목숨을 건 고군분투는 실시간으로 방송을 통해 전국에 송출되고, 수많은 시민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마침내 그들은 모든 역경을 뚫고 안전한 곳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며 길고 긴 재난에서 벗어납니다.
총평
<엑시트>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 작품입니다. 기존 재난 영화들이 거대한 스케일이나 영웅적인 희생을 강조했다면, <엑시트>는 평범한 소시민인 청년 백수 용남과 그의 후배 의주의 시점에서 재난을 그려내며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특히, 유독가스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과 이를 피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긴장감과 동시에 유쾌한 웃음을 안겨줍니다.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조정석과 임윤아 배우의 뛰어난 연기 앙상블입니다. 조정석은 짠내 나는 백수 캐릭터를 능청스러우면서도 인간미 넘치게 소화하며 영화의 코믹한 부분을 담당했고, 임윤아는 당차고 주도적인 의주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두 배우의 티키타카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엑시트>는 재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신파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집단 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가 전국에 생중계되고, 시민들이 드론을 띄우거나 휴대전화 불빛으로 길을 안내하는 등 자발적인 도움을 주는 장면들은 삭막한 재난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과 연대의 가치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상근 감독은 "내 실생활과 감정, 상황이 투영됐다"라고 밝히며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물론, 일부 장면에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엑시트>는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 그리고 통쾌함을 선사하며 2019년 여름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영화는 재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앞으로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